치약, 생수, 화장지, 우유... 마트 진열대에 놓인 이 제품들의 성분표를 비교해 보신 적 있나요? 사실 90% 이상은 대동소이합니다.
이렇게 기술적 장벽이 낮고 변별력이 없는 시장을 '코모디티(Commodity) 시장'이라고 부릅니다. 이곳은 마케터에게 가장 가혹한 전장입니다. "우리 물이 더 깨끗해요", "우리 귀리가 더 고소해요" 같은 기능적 호소는 소비자에게 닿기도 전에 공중에서 흩어지기 때문이죠.
제품이 평범하다면, 브랜드의 '입'은 비범해야 합니다.
오늘부터 시작되는 <평범한 물건을 비범하게 파는 법> 3부작 시리즈, 그 첫 번째 이야기는 '목소리(Voice)'입니다. 남들과 똑같은 제품을 팔면서도, 독보적인 '태도' 하나로 시장을 뒤흔든 브랜드들의 비결을 소개합니다.
1. 웃기거나, 싸우거나, 진지하거나
브랜드의 톤이 '뾰족하다'는 건 무슨 뜻일까요? 단순히 말을 재미있게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. "남들이 다 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겠다"는 고집스러운 선언에 가깝습니다.
여기,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뾰족하게 다듬은 세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.
① 반항아의 태도: 리퀴드 데스 (Liquid Death)
"요가 하는 사람들만 물 마시라는 법 있어?"
생수 시장은 지루합니다. 모든 브랜드가 '알프스의 순수함', '건강', '깨끗함'을 속삭이며 투명한 플라스틱 병을 내밀죠. 리퀴드 데스는 이 '착한 척하는 시장'에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습니다.

- Strategy: 그들은 생수를 맥주 캔 같은 알루미늄 캔에 담았습니다. 그리고 "갈증을 잔인하게 살해하라(Murder your thirst)"라는 살벌한 슬로건을 걸었죠.
- Voice: 그들은 물을 파는 게 아니라 '에너지'와 '반항심'을 팝니다. 락 페스티벌에서, 파티장에서 물을 마시는 행위가 촌스럽지 않고 힙해 보이도록 만든 것입니다.
- Lesson: 모두가 '모범생'을 연기할 때, 과감하게 '악동'이 되세요. 평범한 물도 엔터테인먼트가 됩니다.
② 투사의 태도: 오틀리 (Oatly)
"우린 우유 로비스트들에게 미움받고 있습니다."
식품 회사는 보통 자신들의 결점을 숨깁니다. 그리고 완벽하게 연출된 광고만 보여주죠. 귀리 우유 브랜드 오틀리는 정반대의 길, '지적인 솔직함'을 택했습니다.

- Strategy: 그들은 패키지에 제품 장점 대신 "이 맛없고 지루한 글을 읽고 계신가요?" 같은 자기비하적 문구를 넣습니다. 탄소 배출량을 대문짝만하게 적어 우유 업계를 비판하고, 그로 인해 소송을 당하면 소송 내용을 그대로 공개해버립니다.
- Voice: 기업의 딱딱한 보도자료 톤이 아닙니다. 할 말은 하고야 마는, 신념 있는 **'환경 운동가' 혹은 '투사'**의 목소리입니다. 이 투명함에 MZ세대는 열광했습니다.
- Lesson: 완벽해 보이려 애쓰지 마세요. 약점까지 드러내는 투명한 태도가 오히려 팬덤을 결집시킵니다.
③ 철학자의 태도: 이솝 (Aesop)
"당신의 지성을 존중합니다."

앞선 두 사례가 목소리를 높였다면, 이 브랜드는 침묵으로 압도합니다. 화장품 시장은 "3일 만에 피부가 좋아진다"는 과장 광고가 판치는 곳입니다. 이솝은 그 소란통에서 유일하게 점잖은 철학자처럼 행동합니다.
- Strategy: 핸드워시나 샴푸를 팔면서 '기능'을 자랑하지 않습니다. 매장에는 제품 설명 대신 유명한 문학가의 문장이나 철학적 격언을 적어둡니다. 뉴스레터로 신제품 소식 대신 읽을만한 책과 음악을 추천하죠.
- Voice: 그들은 소비자를 '피부 고민에 시달리는 환자'가 아니라, 문화적 소양을 갖춘 지성인으로 대우합니다.
- Lesson: 톤이 뾰족하다는 건 시끄러운 것만이 아닙니다. 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고고한 침묵을 지키는 것 또한 가장 강력한 차별화입니다.
결론: 'What'이 아니라 'Who'를 팝니다
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? 제품(What)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, 브랜드가 어떤 성격의 인격체(Who)인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는 점입니다.
- 리퀴드 데스: 지루한 웰니스에 저항하는 반항아
- 오틀리: 숨김없이 솔직한 투명한 활동가
- 이솝: 본질에 집중하는 지적인 철학자
여러분의 브랜드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나요? 혹시 경쟁사와 똑같은 점잖은 말투로 "우리가 더 기능이 좋아요"라고 말하고 있진 않나요?
기능이 평범할수록 태도는 삐딱해야 합니다. 소비자는 '더 좋은 물건'이 아니라, 나와 결이 맞는 브랜드를 찾고 있으니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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